2. 기억과정
기억과정에 대한 고전적인 모형이 앳킨슨 쉬프린의 다단계 모형이다.
이 모형에서는 기억의 지속 시간을 주된 기준으로 삼아 감각저장, 단기기억, 장기기억의 세 가지 상태를 상정하여 기억과정을 설명했다. 감각저장은 아주 짧은 기간 동안 감각기관에 주어진 자극 그대로 저장해 두는 단계다. 스펄링은 시각 자극을 사용한 실험 연구를 통해 감각저장의 존재를 처음으로 증명하였다.
감각저장은 정보 처리에 어떤 가치가 있을까? 우리에게는 많은 수의 자극이 계속해서 가해지기 때문에 동시에 주어진 모든 자극의 정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 그 자극의 정체를 파악할 때까지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자극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는데, 이 일시적인 저장을 감각저장이라 하며, 이것은 소리와 말 지각과 관련이 있다고 보는 청각 감각저장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세음절로 된 단어에서 소리 말에는 음절이 순서대로 제공되기 때문에 무슨 단어인지 이해하려면 단어의 앞부분에 해당하는 음절을 처리되지 않은 상태로 유지하고 있어야 하며, 그것이 청각 감각저장일 것이라 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우리에게 다른 자극이 계속 가해지기 때문에 감각저장의 지속 시간이 무한하지 않아 감각기관에 수용된 자극 중 감각저장의 지속기간 내에 주의를 기울인 자극만 정체를 판단할 수 있고 그 정보가 감각저장에서 단기기억으로 넘어간다.
1) 단기기억
(1) 부호화와 파지
단기기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감각저장에 있는 정보 중 주의를 기울인 정보이고 다른 하나는 장기기억에 있는 정보 중 단기기억으로 인출된 정보이다.
단기기억의 특징은 지속 시간이 짧고 용량이 제한되어 있다. 숫자를 몇 개 들려주고 나서 들려준 순서대로 회상하게 하여 몇 개까지 정확하게 기억하는지 측정하면 단기기억의 용량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아무 연관이 없는 숫자는 들려준 순서대로 일곱 개 정도 회상할 수 있는데 낱자를 기억하게 하면 일곱 낱자 정도를 기억하지만, 단어를 기억하게 하면 일곱 단어 정도 기억한다. 이처럼 우리가 기억할 때 어떤 단위로 부호화하느냐에 따라 절대 개수는 달라지지만, 처리 단위로 보면 일관되게 일곱 단위 정도로 그 용량이 제한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조지 밀러의 유명한 구절 중 '마법의 수 7±2'이다.
낱자보다 단어일 때 훨씬 더 많은 개수의 철자를 기억할 수 있는데, 지식 등을 이용해 보다 큰 단위로 부호화하는 것을 청킹(chunking)이라고 한다. 청킹을 통해 단기기억의 용량 제한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2) 인출
단기기억에 있는 정보는 어떻게 인출될까? 스턴버그(Sternberg, 1966)의 기억탐사실험에 의하면, 단기기억에 있는 정보는 한 번에 하나씩 순차적으로 처리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참가자에게 기억해야 할 숫자나 숫자들을 알려준 후 화면에 검사 자극으로 숫자를 하나 보여주고 그 숫자가 기억해야 하는 숫자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게 했는데, 기억해야 하는 항목이 많아지면 판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그에 비례해 길어지는 결과를 얻었고 이는 단기기억에서 한 번에 하나씩 인출하는 계열 처리가 일어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단기기억에 있는 정보는 어떻게 사라지는 것일까? 단기기억에 있는 정보는 다른 정보에 의해 대체된다고 본다. 단기기억에 있는 정보 중에 약한 정보는 활성화 정도가 낮은 정보라고 할 수 있는데, 단기기억에 들어온 지 오래되었거나 되뇌기가 되지 않은 정보가 활성화 정도가 약한 정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단기기억에 있다고 해서 모두 인출되는 것은 아니며, 단기기억에 있는 다른 정보의 간섭을 받아 인출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3) 작업기억
배들리 등(Baddeley, 1986; Baddeley & Hitch, 1974)은 일련의 실험을 통해 저장과 처리가 별개라는 것을 보여주고 이런 결과를 토대로 저장과 처리를 구분하는 작업기억 모형을 제안했는데, 작업기억을 중앙집행기(central executive), 음운루프(phonological loop), 시·공간잡기장(visuospatial sketchpad)의 세 가지 요소로 나누었다. 이 중 중앙집행기를 정보의 통합, 주의배분과 같은 처리를 주로 담당하는 요소로 보았고 작업기억의 나머지 두 요소인 음운루프와 시 ·공간잡기장은 저장의 용도로 간주하여 각기 언어 정보와 시 ·공간 정보를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저장소로 보았으며, 저장소를 둘로 나눈 것은 언어 정보와 시·공간 정보가 독립적으로 처리되고 저장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