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방향과 움직임 지각
(1) 방향 지각
물체의 방향 판단은 두 눈에서 제공되는 정보를 통합해 미간의 중앙에 위치한 가상의 눈을 중심으로 그 방향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 가상의 눈을 그리스 신화 속 외눈박이 사이클롭스(Cyclops)의 이름을 따 사이클롭스 눈이라고 한다.
망막에 맺힌 엄지의 상은 두 눈 모두 중심와에 위치하기 때문에 엄지의 상이 맺힌 망막 위 지점은 두 눈을 통합해도 그대로 중심와가 된다. 이 경우, 사이클롭스 눈의 자세는 정면을 향하고 엄지의 상은 사이클롭스 눈의 중심와에 위치한다. 그런데 중심와에 그 상을 투사할 수 있는 물체는 시선상에 있는 물체뿐이므로 사이클롭스 눈의 중심와에 그 상을 투사하는 엄지는 사이클롭스 눈의 시선 방향인 정면에 위치한다. 이러한 정보 분석 및 종합 과정을 통해 우리의 시각 체계는 물체의 방향을 판단한다. 위의 내용에서 물체의 방향은 두 가지 정보를 통합해 결정되는데 하나는 안구의 움직임에 관한 안구 자세 정보(eye-position information)이며, 다른 하나는 물체의 상이 맺혀 있는 망막 위 위치에 관한 망막 정보(retinal information)이다.
(2) 움직임 지각
망막 위에서 벌어지는 상의 위치 이동은 그 상을 투사한 물체가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실제로 망막에서 상이 움직인다는 신호가 뇌로 전달되면 시각 체계는 그 상을 투사한 물체가 움직이고 있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움직임 지각은 간단하지 않다. 예컨대, 하늘을 날고 있는 비행기를 바라보면 눈도 비행기를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비행기의 상은 중심와에 고정되어 있어 비행기가 움직이는 것으로 지각한다. 비행기의 움직임과 함께 변하고 있는 것은 안구의 움직임뿐이다. 방향 지각에서와 마찬가지로 움직임 지각도 망막에서 발생하는 상의 움직임에 관한 정보와 안구의 자세 변화에 관한 정보를 통합함으로써 이루어진다.
망막 정보와 안구 자세 정보의 통합으로 설명되지 않는 움직임도 있다. 네온 사인을 구성하는 작은 전구는 고정된 위치에서 차례로 점멸할 뿐인데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일정한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는 두 개의 전구가 차례로 점멸할 때 우리가 지각하는 움직임을 외견상 움직임(apparent motion)이라고 하고 유도 움직임(induced movement)은 '구름에 달 가듯이'라는 표현에서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구름인데 구름이 아닌 달이 움직이는 것으로 지각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6) 착시(visual illusions)
시지각 경험이 실재와 일치하지 않는 현상을 착시(visual illusions)라 한다. 뮐러-라이어(Muller-Lyer) 착시의 경우 가운데 수평 성분의 길이는 위의 것과 아래 것이 동일한데도 위의 것이 더 길어보인다. 폰조(Ponz) 착시에서도 가운데 있는 수평 성분 두 개의 길이는 실제로 동일한데 위의 것이 더 길어 보인다. 티치너(Titchner) 착시의 경우 가운데 있는 동그라미의 크기가 같은데 작은 동그라미로 둘러싸여 있는 왼쪽의 것이 더 크게 보인다. 죌러(Zollner) 착시에서는 두 개의 긴 선분이 평행을 달리고 있는데 평행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기하학적 원리에 의하면, 망막에 맺힌 상의 크기는 물체의 크기, 눈에서 물체까지의 거리라고 하는 두 가지 요인에 의해 경정되기 때문에 동일한 크기의 물체라도 물체까지의 거리가 멀어지면 망막에 맺힌 물체의 상은 작아지고 크기가 서로 다른 물체도 눈까지의 거리가 달라지면, 망막에 맺힌 물체의 상은 크기가 동일할 수 있다. 이런 배경 지식을 기초로 폰조 차기를 일으키는 그림을 다시 보자. 눈에서 그림 속 아래와 위에 있는 수평 선분까지의 거리는 동일하다. 따라서 망막에 맺힌 수평 선분의 상은 크기가 동일하다. 그러므로 광학 원리대로라면, 두 선분의 길이는 동일한 것으로 지각해야 하는데, 우리 눈에는 위의 선분이 더 길어 보인다. 양쪽 가에 있는 두 개의 세로지기 선분이 없다면 이런 착각을 일어나지 않고 세로지기 선분이 수직일 때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폰조 착시는 양쪽의 세로지기 선분과 선분의 위쪽 끝이 수렴되고 있기 때문에 유발된 현상으로 예측된다.
선형 원근 단서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눈앞에 멀어져 가는 두 평행선이 망막에 투사되면,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두 선분 사이의 간격이 좁아지는 수렴이 일어나고 우리는 시각 체계가 이 선형 원근을 거리 지각의 단서로 이용한다는 것도 알고 있어 아래쪽 수평 선분보다 위쪽 수평 선분이 더 멀리에 위치한다는 오판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의 시각 체계가 선형 언근을 단서로 이용하고 광학 원리에 따라 작동하도록 만들어졌다면, 위쪽 선분이 아래쪽 선분보다 더 크다는 판단(폰조 착시를 일으킬 수 밖에 없게 된다.)을 내릴 수밖에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