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지각
1) 주의와 그 기능
깨어 있을 때, 우리의 감각기관은 분주하게 제 할 일을 충실히 수행한다. 따라서 감각기관을 통해 수집되는 순간순간의 정보는 엄청나게 많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의식하는 정보는 극히 한정되어 있다.
주어진 순간에 감각기관을 자극하는 수많은 자극 중 일부에만 선별적으로 의식을 집중하는 과정을 주의(attention) 또는 주의집중이라 한다. 주의집중이 이루어지기 전에도 우리는 외부 환경의 변화에 대한 정보를 끊임없이 처리하며, 주의집중 전에 이루어지는 정보 처리를 전주의적 처리(pre-attentive processing)라고 한다. 전주의적 처리가 전개됨에도 불구하고 주의집중을 통해 불필요한 자극은 미리 걸러 내고 필요한 자극에만 집중함으로써, 이들 자극 속에 있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어떤 대상의 중요성은 그 장면과 그 당시 관찰자의 생리적 상태와 그 장면에 관한 관찰자의 경험(지식)에 따라 달라지는데, 지각 과정에 원용되는 관찰자의 생리적 상태는 시간에 따라 달라지며 지식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일한 자극에 대한 지각 경험도 시간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르므로 지각의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오류와 오해의 위험도 높아진다.
그러나 책을 읽고 있는 동안 누군가가 큰 소리를 지르면, 책에 집중되어 있던 주의가 소리 나는 곳으로 옮겨가는 것처럼 관찰자의 의도와 관계없이 주의를 빼앗기기도 한다. 그러므로 주의의 초점은 관찰자의 의도에 따라 결정될 수 있지만 환경 자극의 속성에 따라서도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주의를 집중한 후에 그곳에서 발생하는 일 또는 소리의 출처와 정체를 파악할 수 있다. 주의를 집중해 소리를 생성한 일이나 대상을 보다 정밀하게 처리함으로써 그 일이나 대상의 정체를 파악하게 된다. 그러므로 주의집중의 기능은 주변에 산재한 수많은 자극(신호) 중 중요한 것을 선별하는 일과 선별된 신호 속에 담긴 정보의 처리를 촉진하는 일이다.
2) 모양 지각
(1) 지각 조직화
주의집중을 통해 관심 대상이 선정되면, 그 대상을 구성하는 요소를 보다 큰 단위로 묶는 작업이 진행되는데, 이를 지각 조직화(perceptual organi-zation)라고 한다. 우리의 지각 체계는 감각과정에서 분석해 낸 단위 요소를 집단으로 묶어 내는 조직화 작업을 통해 시야에 펼쳐진 물체의 모양을 구축해 낸다. 지각 체계의 존재 목적 중 하나는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대상의 정체를 파악하는 일이고, 대상의 정체는 주로 그 대상의 모양을 기초로 파악되며, 대상의 형태는 그 대상의 구성 요소를 조직함으로써 완성되기 때문에 대상의 정체 파악과정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지각 조직화 과정을 밝혀야 하며, 대상의 구성 요소는 감각과정에서 분석된다. 지각 조직화 과정은 베르트하이머, 쾰러, 코프카로 대표되는 형태주의 심리학자에 의해 집중적으로 연구되었다. 형태주의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여러 개의 작은 요소가 있으면 그들을 묶어 하나의 통합된 형태로 지각하려는 강한 경향성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이 조직화 경향성이 일정한 법칙을 따라 발현된다고 믿었고 이 법칙을 지각 조직화 법칙(laws of perceptual organization)이라 한다.
최선의 법칙(law of pragnanz)은 지각 조직화 과정을 지배하는 법칙 중 가장 일반적인 법칙으로, 특정 대상을 지각할 때 가능한 가장 '좋은(good)' 형태(gestalt)로 경험하려는 것이다. 이 법칙에서 말하는 '좋은'이란 규칙적인, 정돈된, 단순한, 대칭적인 등의 의미를 가진다. 지각의 단순화 경향성은 지각과정이 경제 원리에 따라 작동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지각의 경제성(perceptual economy)은 지각의 단순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각의 최소화 경향성(minimum tendency)' 또는 '최소 원리에 따른 지각(perception by minimum principle)'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으며, 최선의 법칙도 이와 같은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완결의 법칙은 조직화의 또 다른 원리로, 주어진 자극의 배열에 틈이 있으면 그 틈을 메워 하나의 통합된 형태로 지각하려는 경향성을 말한다.
(2) 집단화 원리
집단화 법칙(laws of grouping)이라는 경향성은 여러 가지 하위 법칙으로 구성되며 그중 인접성 법칙(law of proximity)은 자극을 구성하는 여러 구성 요소 중 서로 가까이 위치한 것끼리 묶는 경향성을 말한고 유사성 법칙(law of similarity)은 비슷한 속성을 가진 요소끼리 묶는 경향성을 말한다. 이외에도 집단화는 변화나 비연속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연속성 법칙을 묶음의 원리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3) 전경-배경 분리
선택된 대상을 전경(figure), 그 배후의 대상을 배경(ground)으로 구분하는 이 경향성을 전경-배경 분리라 한다.